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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케네스 유진 스미스가 살인죄로 질소 가스로 사형 집행 됨

by 신기룬 2024.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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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WHNT/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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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시 케네스 유진 스미스의 머그샷

2024년 1월 26일

앨라배마주 당국이 지난 25일(현지시간) 과거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케네스 유진 스미스를 질소 가스를 사용한 방식으로 처형했다. 질소 가스로 사형을 집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사형수 스미스(58)는 이러한 집행 방식이 잔인하고 이례적인 형벌이라며 연방대법원에 상고 2건, 연방 항소 법원에 항소 1건을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미 지난 2022년, 앨라배마 교정 당국은 스미스를 일반적인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처형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비영리 단체 ‘사형정보센터’에 따르면 스미스는 전 세계적으로도 순수 질소 가스를 사용해 사형 집행을 당한 첫 사례이다.

스미스는 1989년, 어느 목사의 부인이었던 엘리자베스 세넷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 출처,WHNT/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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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세넷은 1988년 살해당했다

앨라배마주와 미국의 다른 주 2곳은 질소로 인한 저산소증 유도 방식을 대체 사형 집행 방식으로 인정했다. 독극물 주사에 사용되는 약물을 구하기 어려워져 전국적으로 사형 집행이 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 5명은 스미스의 사형을 목격하고자 당일 승합차에 탑승해 앨라배마주 애트모어 소재 ‘홀만 교도소’로 이동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스미스는 “오늘 앨라배마주는 인류가 한 걸음 후퇴하게 했다”는 말을 남겼으며, “나를 지지해줘서 고맙다. 모두들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마스크에 가스가 유입되기 시작하자 스미스는 미소를 지으며 가족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사랑한다”는 수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ALABAMA DEPARTMENT OF CORRE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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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유진 스미스의 비교적 최근 사진

목격자들은 스미스가 2~4분간 몸부림을 치고, 약 5분간 거칠게 호흡한 끝에 현지 시각으로 오후 8시 25분경 스미스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산소 없이 순수 질소 가스를 흡입할 경우 체내 세포가 망가지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사형 집행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에 답하지 않은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주 주지사는 이후 성명을 통해 스미스의 사망 사실을 밝혔다.

아이비 주지사는 “(범죄를 저지른 뒤) 30여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또 사법 시스템을 농락하려는 시도 끝에 스미스는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가족을 잃은 큰 아픔을 감당해야 했던 이 모든 세월이 지난 지금, 엘리자베스 세넷의 유가족이 마무리를 지을 수 있길 기도합니다."

스티브 마샬 앨라배마주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는 "효과적이고 인도적인 사형 방식"임이 입증됐다면서 인권운동가들과 언론의 "부정적인 예측"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의가 실현됐다"고 덧붙였다.

존 햄 앨라배마주 교정부장은 사형 침대에서 스미스의 몸이 흔들렸던 건 자발적인 움직임이 아닌 불수의 운동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햄 교정부장은 “모두 예상된 일이었으며, 질소 저산소증에 관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나 연구된 부작용 범위에 해당했다”고 덧붙였다.

“우리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부분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앞서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앨라배마주 당국은 스미스가 몇 초 안에 의식을 잃을 것이며, 집행 시작 몇 분 안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스미스는 1988년 3월 세넷(45)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 2명 중 한 명이다. 당시 세넷은 벽난로 도구로 구타당하고 가슴과 목 부위를 흉기에 찔렸다. 살인은 주거침입 및 강도 현장처럼 꾸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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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는 홀만 교도소에서 사형수로 수십 년간 복역했다

이 사건의 배후는 목사로 당시 빚에 허덕이고 있던 찰스 세넷이 보험금을 얻고자 기획한 것으로, 수사망이 좁혀오자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사건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존 포레스트 파커는 이미 지난 2010년 사형당했다. 재판 당시 스미스는 자신이 세넷 살해 현장에 있었던 건 맞다면서도, 자신은 공격 행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피해자의 아들인 찰스 세넷 주니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미스에게 거의 동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찰스 세넷 주니어는 ‘WAAY-TV’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스미스가 그렇게까지 고통받을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면서 “글쎄, 스미스도 우리 엄마에게 어떻게 고통을 겪을지 물어보지 않지 않는가? 범인들은 그냥 저질렀다. 엄마를 여러 차례 찔렀다”고 말했다.

한편 스미스의 변호인단은 그의 사형이 집행된 사실에 “매우 슬프다”면서 과거 스미스가 재판에 섰을 당시 배심원단이 그를 사형시키지 않는 쪽으로 표를 던졌으나, 판사가 이 결정을 뒤집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세넷의 유가족과 친구들이 겪은 고통을 포함해 그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된 행동이 일으킨 비극적 결과를 없던 것으로 할 순 없다”면서 “그러나 스미스의 삶은 전체 맥락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앨라배마주 교정 당국은 25일 오전, 스미스의 마지막 48시간을 자세히 공개했다.

가족, 친구 2명, 영적 지도자와 변호사가 스미스를 찾았다. 아침 식사는 비스킷 2개와 달걀, 포도젤리, 사과소스, 오렌지 주스로 구성됐으며, 마지막 식사는 스테이크와 해시브라운, 달걀이었다.

한편 앨라배마주 당국은 2년 전, 스미스를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처형하려 했으나, 주사를 놓을 정맥 부위를 찾지 못해 시간이 지체됐고, 이에 앨라배마주의 사형 집행 영장이 만료되면서 더 이상 시도할 수 없었다.

25일 밤, 미 연방대법원은 스미스의 최후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보수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진보 성향이 대법관 3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첫 번째 시도에서 스미스를 처형하는 데 실패한 앨라배마주 당국은 스미스를 이전엔 한 번도 시행되지 않은 새로운 사형 집행 방법을 시험하기 위한 ‘기니피그’로 골랐다”면서 “전 세계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의견을 적었다.

 

연방대법원이 스미스의 또 다른 상고를 기각한 지 하루 만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번 사형 집행에 앞서 일부 의학 전문가들은 격렬한 경련을 일으키거나, 사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생존했으나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질소 가스 사형 방식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주 ‘UN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는 가스 흡입을 통한 사형 집행은 국제 인권법상 고문이나 기타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방식에 해당할 수 있다며 사형 집행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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