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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전시회는 "이란 내 사형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사형 집행이 가장 많았던 5개국 중 4개국은 중동 국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가 21일 발표한 '2020년 사형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020년 한 해 동안 483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이 중 88%는 이란과 이집트,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4개 국가에서 이뤄졌다.
앰네스티는 세계 많은 나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생명을 구하기 위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이 이들은 "무자비하고 냉혹하게 사형을 집행했다"고 비난했다.
2020년 사형 집행 총합은 앰네스티가 지난 10년간 기록한 사형집행 통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다만 중국의 사형집행 현황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은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을 처형하는 것으로 알려지만, 중국 내 사형 집행 건수는 국가 기밀로 분류돼 있다.
북한과 베트남의 경우에도 같은 이유로 사형 집행 현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앰네스티는 밝혔다.
지난해 18개 나라에서 집행된 483건의 사형은 2019년 657건에 비해 26% 감소했다. 이는 사형 집행 건수가 최고점에 달했던 2015년(1634건)에 비해 70% 감소한 수준이다.
중동 지역의 경우 사형 집행 건수는 2019년 579명에서 2020년 437명으로 줄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의 사형 집행건수가 각각 85%, 50%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선 27건, 이라크에선 45건의 사형 집행이 이뤄졌다.
하지만 엠네스티는 이집트의 사형 집행 급증에 이 같은 감소세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집트는 전년보다 300% 증가한 107건의 사형집행으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앰네스티는 이집트 사형수 중 23명은 정치적 폭력과 관련된 사건에서 자백 강요 등 심각하고 불공정한 재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10월과 11월에는 사형집행이 57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이집트 알 아크라브 교도소에서 여러 명의 경찰과 사형수들이 사망한 탈옥 미수 사건 발생 직후였다.
최소 246건의 사형을 집행한 이란은 중국에 이어 세계 최다 사형 집행 2위를 차지했다.
앰네스티는 이란 당국이 사형집행을 반체제 인사와 시위대, 소수 민족에 대한 "정치적 탄압의 무기"로 점점 더 많이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또 지난해 18세 미만일 때 범죄를 저지른 3명을 처형했다. 이는 국제인도법 위반이다.
카타르에선 지난해 살인죄로 사형 판결을 받은 네팔인에 대해 총살형을 단행했다. 카타르에선 20년 만에 처음으로 사형 집행이 이뤄진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엠네스티는 "걱정스러운 역사적 후퇴"라고 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자국 내 사형 집행이 급격히 줄어든 것에 대해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사형집행 유예"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엠네스티는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사형집행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의도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17년 만에 연방 사형 집행을 재개하고 6개월 사이 10명을 사형했다.
인도와 오만, 타이완도 사형집행을 재개했다.
엠네스티 아그네스 캘러마드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세계가 코로나19로부터 사람을 보호할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는 동안 여러 나라들은 사형제도에 의존해 어떻게든 사람들을 처형하겠다는 불온한 의지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사형은 끔찍한 처벌이며, 전염병 대유행 속에서도 사형집행을 강행하는 것은 그 내재된 잔혹성을 한층 더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캘러마드 총장은 사형수로 복역 중인 많은 사람들이 대면 변호를 받을 수 없었으며, 지원을 제공하고 싶은 사람들은 상당한 건강상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이러한 상황에서 사형제도의 사용은 더욱 심각한 인권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