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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나의 남편은 맨손으로 하수구를 청소하다 질식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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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록시 가제카르 츠하라
- 기자,BBC 구자라트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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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6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의 어느 작은 집엔 희미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아직 어린 아들을 돌보던 안자나는 눈물 어린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은 남편의 이름을 따 지었다고 말했다.
안자나의 남편 우메시 바마니야는 지난 4월 10일 꽉 막힌 하수구를 청소하다 세상을 떠났다. 아들이 태어나기 10일 전이었다. 2000루피(약 3만원)를 받기로 한 일거리였다.
오물에 뒤덮인 남편의 시신은 구자라트주 타라드 지역의 맨홀에서 발견됐다. 그의 나이 겨우 23살이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남편을 잃은 안자나는 아직도 비탄에 빠져있다.
“이제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고 가르쳐야 하냐”는 물음이다.
한편 수백 마일 떨어진 남부 타밀나두주에 사는 여성 안남마도 비슷한 상태다.
안남마의 남편 모세(40)는 지난달 첸나이시의 어느 공장 하수구 안에서 질식사했다.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기 전까지 안남마는 남편이 하수구 청소 노동자로 일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남편이 가족들에게 자신은 매점에서 일하며, 때때로 일용직으로 나가 2배 정도 더 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딸 둘의 어머니이기도 한 안남마는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돈이나 생계 걱정은 접어두고서라도, 어떻게 딸들에게 아버지가 정화조를 청소하다가 죽었다는 말을 전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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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선 수천 명이 하수구, 정화조 등을 맨손으로 청소한다
우메시와 모세 모두 하수구, 정화조, 화장실, 배수구 등을 맨손으로 청소하는, 하층 카스트에 속한 청소 노동자 수천 명 중 일부다.
이들은 보통 ‘맨손 오물 청소부(manual scavenger)’로 불린다. 이 용어의 법적 정의는 ‘비위생적인 변소' 혹은 철로와 같은 공간에서 사람의 배설물을 청소 및 다루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의가 너무 협소하다고 지적한다.
인도에선 맨손 오물 청소가 법적으로 금지됐으나, 여전히 흔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직된 카스트의 한계, 마땅한 생계 수단이 없어 맨손 오물 청소로 내몰리는 이들이 많다.
현지 기업이나 심지어 개인들도 이러한 노동자들을 불러 플라스틱이나 진흙 등으로 막힌 하수구나 배수구 청소를 의뢰한다.
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인도 중앙 정부는 맨손 오물 청소 종식을 외쳤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현 정부가 지난 8월을 맨손 오물 청소 종식의 기한으로 정한 바 있다.
한편 맨손 오물 청소 노동자의 실제 규모에 대해서도 아직 논란이 많다. 2021년 한 연방 장관은 의회에서 설문 조사를 통해 5만8098명으로 집계됐다면서도 “현재 맨손 오물 청소 관행 대한 신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맨손 오물 청소 종식을 위해 일하는 단체 ‘사파이 카르마차리 안돌란’측은 전국적으로 77만 명 이상이라고 말한다.
우메시나 모세처럼 보통 하수구 안 유독가스를 흡입해 질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질식사 사건은 인도의 여러 도시에서 보고된다.
지난 7월 인도 정부는 지난 5년간 하수도 혹은 정화조를 청소하다가 사망한 이들이 339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청소 노동자들의 상태를 감독하는 관선 단체인 ‘사파이 카람차리스 위원회 (NCSK)’가 발표한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1993~2020년 사이 하수구 노동자 928명이 사망했으며, 타밀나두주와 구자라트주의 사상자 수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현실에선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근로자 대부분이 계약직 형태로 일하기에 당국 혹은 고용주들이 그 책임을 지지 않고 빠져나가기 쉬운 형태다.
또한 NCSK의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하수도 청소 노동자 사망 데이터를 수집하는 동안 이러한 사망 건수는 국가에 의해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이들은 신고되지도, 보상받지도 못한 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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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선 맨손 오물 청소에 반대하는 시위가 몇 차례 열리기도 했다
한편 ‘사파이 카르마차리 안돌란’의 베즈와다 윌슨 전국의장은 정부에 맨손 오물 청소 노동자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윌슨 의장은 “정부는 각 지역마다 경찰관을 파견해 노동자의 수를 세고자 했다”면서 “그러나 많은 이들이 자신을 맨손 오물 청소 노동자라고 밝히지 않았다. 사회적 낙인 때문이다. 이에 실제보다 더 적게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 ‘지정 카스트 전선’의 랄 싱 아리아 전국 회장은 정부가 이러한 관행을 근절하고자 진정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 (‘지정 카스트’란 역사적으로 차별 받아온 카스트 집단을 가리키는 공식적인 표현으로, 맨손 오물 청소 노동자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아리아 회장은 “정부는 하수도 청소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자 주 정부에 별도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노동자들의 대체 노동에 대한 준비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관행이 지속된다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BBC는 이렇듯 인권 운동가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연방 정부의 사회정의부에 이메일로 문의했으나, 아직 답변받지 못했다.
물론 인도의 각 주 정부는 기계를 이용한 청소, 보호 장비 마련 등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스와치 바라트 아비얀’ 즉 ‘깨끗한 인도’ 캠페인을 통해 약 10년 전부터 인도 사회가 해당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더 많은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인권 운동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아직도 근로자들이 안전 장비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거나, 하수도 청소 기계 장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곳도 많다. 또한 처음부터 기계 청소가 불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하수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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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나벤은 약속받은 남편의 사망 보상금, 지원 등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운동가들은 사망한 노동자들의 유가족을 위해서도 싸우고 있다.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뜻의 비영리단체 ‘마나브 가리마’를 운영하는 운동가 푸루쇼탐 바겔라는 “맨홀 안에서 숨진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약속한 금전적 보상을 받지 못한 사례를 많이 접했다”고 설명했다.
라트나벤도 이러한 경우다. 라트나벤의 남편 샴부하이는 지난 2008년 구자라트주 아흐메다바드시의 한 사설 공장 하수구를 청소하다 유독 가스 흡입으로 사망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라트나벤은 구청으로부터 약속받은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 낡은 천 등을 주워다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라트나벤은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 돈, 정부 제공 일자리, 집, 아이들을 위한 좋은 학교 등의 좋은 보상을 약속받았다”면서 “그러나 이 약속이 지켜지는 걸 기다리다 늙어버렸다”고 토로했다.
아흐메다바드 지역 당국은 라트나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묻는 BBC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윌슨 의장은 이러한 노동자들은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사회적 낙인과 카스트로 인한 차별로 인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설령 노동자들이 (맨손 오물 청소 외) 다른 생계유지 수단을 찾더라도 이러한 점 때문에 사회적으로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추가 보도: 프라바카르 타밀라라수(첸나이), 디팍 샤르마(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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