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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2시 일터 찾아온 가해자 흉기 폭력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고통의 4개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고통의 4개월
오죽하면 “차라리 그때 죽었다면 어땠을까…”
이씨는 “사건은 미수에 그쳤지만, 그날 이후 제 삶은 온전히 다 파괴됐다”며
“앞으로도 몇십년을 이 기억과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때 죽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고 말했다. 이씨에게 ‘그날’ 이후 넉달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처를 홀로 견뎌야 했던 시간이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났던 지난 7월21일, 이씨는 또다른 ‘칼부림’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언론엔 또 하나의 사건으로 짧게 보도됐지만, 그날 이후 처음 언론에 나선 피해자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씨는 사건 당일 오후 2시께 미용실에 들어온 최씨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집에서 흉기를 챙겨 온 최씨는 이씨를 보자마자
“나 말고 다른 남자 만나면 죽인댔지? 그냥 죽어”라고 말하며, 모두 18차례 이씨의 목과 가슴을 찔렀다.
이씨는 기도와 식도에 구멍이 뚫리는 등의 상처를 입어 생과 사를 오갔다. 이씨는 정신과 약을 먹지 않으면 그 장면이 꿈에 떠올라 몸서리친다.전조는 뚜렷했다.
사건 발생 8일 전에도 최씨는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미용실에 찾아와 “너를 찔러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난다”고 소리치며 컵을 집어 던졌다.
이씨는
“지난 5월에도 헤어지자는 말에 티브이(TV)를 집어 던져 경찰에 신고했지만, 현장 분리조치와 긴급 연락처를 안내해주는 것 외엔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
며
“신고 후에 따르는 보복이 두려워 이후엔 신고하지 않았다”
고 했다.
‘교제폭력→신고→교제살인’ 패턴 되풀이
‘교제폭력→신고→교제살인’은 이씨 사건보다 두달 앞서 발생한 서울 금천구 ‘시흥동 교제살인 사건’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던 패턴이다.
당시 가해자도 이별 통보를 받은 뒤 전 연인을 폭행했고, 신고하자 앙심을 품고 흉기를 휘둘렀다.민고은 변호사는 “가정폭력·스토킹이 아니더라도 신변보호(범죄피해자 안전조치)를 신청할 수 있는데, 안내하지 않은 걸 보니 경찰이 사안을 가볍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제폭력 사건의 위험성을 판단하는 체크리스트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일선에서 이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사건 직후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된 이씨는 4시간30분에 달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목과 가슴 부위엔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심한 탓에 정신과 약도 매일 먹고 있다.
가정경제는 무너졌다. 응급처치와 수술비는 범죄피해자 지원 제도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상처 치료와 정신과 진료는 전액 이씨 부담이다.
트라우마 장소 돼버린 나의 일터
이 비용만 400만원이 들었다. 생계수단이지만, 범행 장소이기도 한 미용실은 트라우마 탓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혼자 있지 못하는 이씨 때문에 어머니도 일을 그만뒀다.
가해자 최씨는 변호사를 통해 합의금 3000만원을 분할 지급하겠다는 의사만 전달했다.
재판부엔 지난 7일 반성문을 제출했다.
22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하자 그제야 사과했다.
구형이 나오자 방청석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친 이씨 어머니는
“무기징역이 나와도 감형되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
며 불안하다고 말했다.이씨도
“가해자가 감형 없이 사회와 영원히 격리되어야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재판부가 엄벌을 내렸으면 한다”
고 말했다. 법원은 다음 달 20일 판결을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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